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상 최대의 규모로 매도를 하는 가운데 반도체 관련주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 및 코스닥이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외국인의 반도체 업황 시각에 대한 변화가 이달 말 이후부터 점차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은 이달들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약 4조4000억, 2조를 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3.38% 등 이달 들어 5.22% 내렸다. SK하이닉스는 9.77% 하락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 규모는 올해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아치운 지난 5월 매도량를 뛰어넘는다. 지난 6~7월 두 달간 매도 규모 또한 뛰어넘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13일 삼성전자 2조3500억원어치를 팔아치워 한국거래소가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1월 이후 일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매도세를 키우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2일 SK하이닉스 주식 84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사상 최대 매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세로 인해 코스피가 하락해 3200선이 깨졌다.코스피는 지난 13일 3171.29에 마감해 지난 5월28일(3188.73) 이후 처음으로 32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증권가는 외국인의 반도체 종목 매도가 테이퍼링 우려에 따른 신흥국 수급 부담과 반도체 업황 우려가 맞물린 것으로 보고 있다. 테이퍼링 우려에 따라 신흥국을 매도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대만의 반도체 종목에 매도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외국인의 매도가 메모리(D램)업종에 집중되면서 반도체 주요 기업의 주가 하락이 심화되면서 테이퍼링 우려에 따른 신흥국 수급 부담과 반도체 업황 우려가 더해질 경우 한국, 대만 등 반도체 비중이 높은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고 아시아 증시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글로벌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된다. 또한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Winter is coming)'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D램 업황이 활력을 잃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는 목표가를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절반가량 내리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수정했다. 또한 한국 기술산업 전망에 대한 의견도 '중립'에서 '주의'로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확장사이클의 후반기에 접어들었다"며 "이런 국면 변화는 역사적으로 미래 이익의 상당한 감소를 의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증권사는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또한 'D램 가격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기존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가 역시 각각 10만7000원, 17만7000원으로 유지했다.
외국인의 반도체에 대한 시각이 변화할 수 있으려면 반도체 업황 우려가 줄어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말 이후부터 디램 가격 하락 안정화, 수요 회복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내년 하반기 디램 업황에 대한 시각이며 이에 따라 주가 하방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내년 2분기를 지나면서 디램 업황이 회복세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며 이러한 반도체 전망이 주가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디램 스팟 가격 급락세가 일단락되고 서버와 스마트폰의 수요 회복이 목격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미·중 갈등 역시 아직은 중국에 더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중 정책이 더 강력해지고 광범위해졌기 때문인데, 이는 선진국 기업들보다 아직 기술력이 뒤지는 중국 기업들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막대한 내수 시장과 세계 제조공장 위상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상황이 미국 의도대로만 전개되진 않겠지만, 투자자들의 우려가 쉽게 수그러들 것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미국 증시의 사상 최고치 행진에도 우리 증시는 여전히 반복적인 조정과 느린 상승 추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